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5월25일 제주에서 열린 관훈클럽 간담회를 시작으로 내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올 12월31일 총장 임기가 끝나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그때 가서 고민해 결심하겠다.”며 대선 출마 ‘결심’쪽으로 기울었음을 엿보게 했다. 한국정치의 분열·갈등과 관련해서는 “국가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분열·갈등을 관리해온 자신을 ‘지도자’로 떠올린 것으로 들렸다.

그는 또 “남북간 대화 채넬을 유지해온 것은 제가 유일”하다고 공언, 남북대치 해소에도 자기가 ‘유일’하게 기여할 수 있음을 부각시켰다. 28일엔 김종필·노신영 등 네 명의 전 총리들을 만나며 자신의 중량감 넘치는 한국 내 정치적 위상을 현시했다.

반기문 외무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된 건 자력에 의한 게 아니었다. 한국정부의 적극적인 로비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데 연유했다. 요행이었다. 그러나 반 총장이 한국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위해선 요행이나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만으론 안된다.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에 뛰어들어 자력으로 이겨내야 한다. 부닥쳐야 할 난관들이 너무 많다. 그가 대선 도전을 위해 뛰어넘어야 할 걸림돌들은 네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반 총장은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너무 과신해선 아니 된다. 박찬종, 정몽준, 고건 씨 등도 치솟는 여론조사 결과에 편승, 한 때 대선에 나서려 했지만 거품이 되고 말았다. 여론은 한 순간 곤두박질 칠 수 있다는 사실을 유의해야 한다.

둘째, 반 총장은 유엔 총장 업적에 대한 평가가 일부 부정적이었음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지난 5월21일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반 총장이 ‘실패한 총장이자 역대 최악의 총장 중 한 명’이라고 썼다. 반 총장은 ‘코피 아난 등 전 총장들에 비해 강대국들에 맞서는 것을 싫어했다.’고 했다. ‘현안에 대한 빠른 대처 능력이 부족하다.‘고 혹평했다.

미국의 인터내셔녈 뉴욕타임즈는 작년 8월28일자 사설에서 반 총장은 ’대체로 눈에 보이지 않고 실망시키는 지도자‘라고 했다. 미국의 조내턴 테퍼맨이 2013년 9월25일자 인터내셔널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칼럼도 매우 부정적이었다. 반 총장을 ‘피동적’이며 ‘무기력한 관망자....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저와 같은 국제사회의 혹평은 반 총장이 대선에 나설 때 경쟁자들에 의해 호재로 이용돼 그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셋째, 반 총장은 10년에 걸친 유엔 근무로 국내사정에 어둡다는 점이 대선에 부담이 된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프랑스의 2원집정부제 처럼 대통령이 외교·국방만 책임진다면 반 총장의 10년 유엔 경험은 큰 자산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통령 중심제여서 국내 사정에 능통해야 한다. 반 총장의 10년 외유는 대선 후보로서 적지 않은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넷째, 반 총장은 이코노미스트와 뉴욕타임즈의 지적대로 ‘강대국들에 맞서는 것을 싫어하고’ ‘무기력한 관망자’이며 “역대 최악의 유엔 총장”이라는 혹평들을 관과해선 아니 된다. 대선 때 정적들이 저 같은 혹평을 인용, 강자에 무기력하고 현안 대처능력이 부족하다며 치고 들어 올 때 회복불능의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반 총장은 변덕스러운 여론과 ‘충청 대망론’ 등 주변 권유에 들떠 한국정치에 뛰어들다가는 지울 수 없는 인격적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속담에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지 가랑잎을 먹다가는 피 똥을 싼다”는 말이 있다. 그가 가랑잎을 먹으려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반 총장은 대선 출마를 접고 한민족의 최초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영광과 명예를 지켜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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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석 교수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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