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창환 기자] 연극 <가지>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오는 18일까지 재공연된다. 지난해 재외한인작가들의 작품을 연달아 소개한 ‘한민족디아스포라전’에서 전체 다섯 개 공연 중 가장 뜨거운 호응을 받았던 <가지>는 아버지의 죽음을 앞둔 재미교포 2세의 이야기를 음식이라는 소재로 풀어낸 작품이다. 언어도, 입맛도 너무나 달라 한평생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아버지와 아들이 죽음의 순간을 맞이하고서야 진정으로 소통하는 모습은 우리 마음 한편에 남아있던 온기를 되살려낸다.

<가지>는 초연 당시 단 10회의 짧은 공연 기간에도 불구하고 빠른 입소문으로 매진사례를 이루며 다양한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관객과 평단 모두에 좋은 반응을 얻었던 <가지>는 “음식을 소재로, 아버지로 상징되는 한민족의 뿌리를 재발견하는 의미를 지닌 수작”이라는 평과 함께 제54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수상작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공연은 2017년 공연팀이 돌아와 더욱 완벽해진 호흡을 선보였다. 세상에 대한 섬세한 시선을 지닌 연출가 정승현의 감각적인 연출과, 김재건을 필두로 완숙함이 느껴지는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져 더욱 풍미 깊은 무대를 선보였다. <가지>로 제54회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수상한 배우 김정호의 유쾌하고 따뜻한 삼촌 연기도 작품의 감동을 극대화한다.

교포 사회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담아낸 <가지>는 영어가 모국어인 인물, 한국어가 모국어인 인물, 한국어도 영어도 모국어가 아닌 인물 등 다양한 언어의 층위를 통해, 소통의 충돌과 그 화해 과정을 담는다. 한편으로는 ‘언어 바깥의 언어’로서 음식을 이야기한다.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을, 그러나 전혀 사소하지 않은 음식에 대한 강력한 추억이 각 인물들의 사연과 함께 소개된다. 버터에 뜨겁게 구워진 빵으로 만든 샌드위치, 고기와 채소가 듬뿍 들어간 스튜, 쇠고기와 달달한 무 향이 어우러진 뭇국까지 군침 도는 음식 이야기로 가득한 <가지>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했던, 삶의 가장 맛있고 향기로운 순간들을 다시금 일깨운다.
줄거리-
재미교포 2세, 요리사인 레이는 생각의 차이와 소통의 부재로 멀어진 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있다. 한국말을 할 줄 모르는 레이는 헤어진 여자 친구의 도움으로 수십 년 동안 연락이 끊겼던 한국에 있는 삼촌에게 전화를 건다. 레이와 침대에 누워있는 아버지, 간병인, 전 여자 친구와 삼촌이 한 집에 모이게 되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아버지를 알아가며 그를 위한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는데.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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